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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책

[책 / 에세이] 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_박완서

by 토로야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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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요새 20-30대라면 무조건 들어봤을
"MZ세대"라는 말
 
마치 요새만 그런것처럼 말하지만,
우습게도 고대 벽화에도
"요즘 것들은 버릇이없다."라는 말이 적혀있다던데
박완서 작가 에세이,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또한 1970-1980년 시대상이 반영되어있음에도 현대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이들의 치기어린 모습에 대한 어른의 시선
그럼에도 친구같은 부모가 되고싶어하는 어른의 마음
그런 마음들이 어찌보면 담백하게 담겨있는 박완서 에세이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작가의 생전 마지막 거주지가 구리시였다는 이유로
구리시에서는 박완서 작가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기 때문일까
한국여성작가 중에서는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라서 궁금함에 읽어보았는데
오랜만에 진실로 어른스러운 사람과의 대화, 혹은 그분의 말씀에서는 묘한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독서의 시간이었다.
 
몇년간의 에세이를 수록해놓은 에세이집답게
어떤 글에서는 딸 많은 엄마의 모습을
어느 글에서는 부모를 먼저 보낸 슬픈 부모의 마음을
어떤 글에서는 그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여느 마을에 한명쯤 있을법한 40대 여성의 모습을
어느 글에서는 남편의 코골이 소리를 그저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한 아내의 모습을
그리고 어떤 글에서는 기억이 많지 않은 고향 개성을 그리워하는 모습, 작가로서의 모습, 여행을 좋아하는 모습 등등의 모습이 담겨있는 에세이였다.
 
특히 박완서작가는 본인이 국민학교 이전까지 시골에서 살았던 추억으로 평생을 살아갔던 모습을 에세이 곳곳에 기록해두었고,
"그래서 나는 국민학교쯤은 시골에서 마친 사람을 좋아하고 중고등학교까지도 시골에서 나온 사람이면 더욱 좋아한다."라고 말할정도로 시골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얼굴한번 본적없는 이름만 아는 한 작가의 이런 글임에도 초등학교까지는 나름 시골에서 자란 내 어깨가 왠지 모르게 으쓱거리게 만들어주는 그런 구절이 있었다.
 
나는 어린시절 밭,논농사를 하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아파트에서 자라지않아 아파트 놀이터에서 한번 제대로 놀아본 적 없는 내 어린시절을 그저 부끄럽진 않아도 내놓고 자랑해본적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내가 시골에서 자랐음에 어깨가 올라가는 순간을 책을 읽으며 경험했으니 참으로 신기한 책이었다.
 
책 제목인 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 는 부모의 마음을 적은 에세이였고 사실 이 책 자체가 30%는 여성으로써의 박완서, 20%는 작가로써의 박완서, 그리고 50%는 부모로써의 박완서의 마음을 담은 에세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100% 공감이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내가 아이를 낳아 아이의 부모가 되었을때 한번 더 읽는다면 좀 더 와닿을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비록 1970년대 시대상이 주로 반영된 에세이지만 놀랍게도 2024년 현재와도 별반 다르지않은 부모, 여성의 마음이 담긴 책이라니.
좋은 책, 좋은 글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아이는 곧 신발짝을 여기저기 벗어던지고 맨발로 놀지만 나는 구태여 신발을 신기려 들지 않는다. 아이의 흙 묻은 땅 위에 서 있는 토실토실한 두 다리가 마치 어린나무처럼 보기 좋아서이다. 어린 나무가 열심히 땅의 정기를 빨아올리듯이 나의 손자도 땅의 굳셈과 정식함과 늠름함을 그 실한 다리로 빨아들이는 것 같아서이다.
  • 자연히 내 집이 제일이다. 자주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내 집에 돌아올 때의 감격을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집은 편안한 만큼 헌 옷처럼 시들하기가 십상인데 그 헌 옷을 새 옷으로 만드는 데는 여행이 그만이다.
  • 폭력이 용기와 다르듯이 편견은 신념과 다르다. 신념은 마음을 열고 얼마든지 남의 옳은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살찌우려 들지만 편견은 남의 옳은 생각을 두려워하는 닫힌 마음이다. 결국 폭력이나 편견이나 똑같이 허세일 뿐 진정한 힘은 아니다.
  • 생명이 소멸돼 갈 때일수록 막 움튼 생명과 아름답게 어울린다는 건 무슨 조화일까? 생명이 덧없이 소멸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이어진다고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요즈음 여대생들의 복장이란 게 꼭 머슴아들 모양 바지에 티셔츠 아니면 와이셔츠가 보통이고, 이런 종류의 기성품이 범람할 뿐 아니라 요즈음 애들이란 보기보다는 어찌나 구두쇤지 물건값 깍는 데도 얼느 뺨치게 악착같을 뿐더러, 어디 물건이 값싸고 멋있다든가 어디를 가면 바가지를 쓴다든가 하는 데 대한 저희들끼리의 정보 교환까지 정확 신속해서 일반이 막연히 추측하고 있듯이 그렇게 많은 돈을 의상에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걱정이다. 뭐니뭐니 해도 딸은 곱게 키우고 싶으니까.
  • 그때 내가 내 딸이 즐겨듣는 심야 방송을 어느만큼은 재미있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재미있다는 감정을 그토록 과장했음은 딸이 재미있어 한 것, 즉 젊은 세대가 즐긴다는 것을 나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 젊은 세대를 이해한다는 것의 과시였음 직하다.
  • 유행이란 어차피 길이가 있는건 길어졌다 짧아졌다, 폭이 있는건 넓어졌다 좁아졌다, 그 테두리 안에서 변하고 반복되는게 아닐까
  • 나는 어려운 것은 잘 몰라도 사는 행복 중에서 필요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벼르고 별러서 장만하는 재미, 또 그렇게 해서 장만한 것에 대해 갖는 애착 등도 꼭 맛볼 만한 중요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너무 아쉬운 것 없이 다 갖춰주는 것은 자식에게서 중요한 행복 중의 하나를 빼앗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부모가 자식에게 줘야할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 아닐까. 완성되고 구비된 물건이나 행복이 아니라 그것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 말이다.
  • 당장에 잇속에 밝게 노는 일보다는 나중까지도 후회 안 할 일이 정말 잘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직하고 근면하게 일해 봤댔자 일한 만큼 잘살 수는 절대로 없고 그렇다고 빈궁한 생활에서나마 정직과 근면에 긍지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정직과 근면이라는 것에 대한 가치 기준이 서 있는것도 아니다. 정직과 근면은 사람을 웃길 따름인 것이다.
  • 편견은 나쁘다. 편견은 나쁘지만 편견이 있는건 있는거다.
  • 나는 남편의 유연한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 그의 낙천성과 건강이 짐작돼 싫지 않다.
  • 사람의 생각이 투명하게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다는 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큰 축복일까.
  • 계절의 변화에 신선한 감동으로 반응하고, 남자를 이해관계 없이 무분별하게 사랑하고 할 수 있는 앳된 시절의 어른들은 흔히 철이 없다고 걱정하려고 든다. 아아, 철없는 시절을 죽기 전에 다시 한번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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