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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책

[책 / SF소설] 천 개의 파랑 : 한국 SF는 따뜻하다.

by 토로야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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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SF소설 천 개의 파랑
한국SF 스러운, 특유의 따뜻하고 순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SF로 분류되지만 'S'cience 적인 요소보단 'F'iction 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소설.
성인에게는 위로가 되어줄것이고,
청소년들에게는 기술지향적인 시선보단 서로를 둘러보는 시선을 만들어줄 수 있는 책일것같아서 청소년들이 많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인간이기에 벌어진 실수로 인해 태어난 특이한 기수 휴머노이드 '콜리'
그리고 그의 파트너 '투데이'
인간들의 유흥거리로만 소비되는 경주마의 안락사가 결정되면서
투데이를 살리고자 하는 콜리, 연재, 은혜, 지수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어른들의 모습들
 
함께사는 지구에서 점점 동물들은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생명조차 좌지우지 되어가고
이런 상황에서 동물들은 점점 지구에서 살아남기를 포기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기술의 발전이 주가되는 SF소설에서 인간, 기술 그리고 동물들의 공생을 외치는 책.
 


 
연재는 타인의 삶이 자신의 삶과 다르다는 걸 깨달아가는 것이, 그리고 그 상황을 수긍하고 몸을 맞추는 것이 성장이라고 믿었다. 때떄로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그럼 이걸 누가 알아? 답이 있기는 해? 해결할 수 있기는 해?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방법이 있으면 해볼테니까.
...
봐봐, 없지? 모르겠으니까 일단은 열심히 할거야.
뭐를?
뭐든! 밥 먹는 거든, 약 먹는 거든, 운동하는 거든, 공부하는 거든.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건 일단 열심히 하고 있을래. 그렇게 있다 보면 무슨 일이든 방법이 생기지 않겠어?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
그래 알겠어.
뭐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게. 그게 뭔지 모르겟지만, 나도 그걸 해볼게. 그리고 나를 내가 응원해볼게.
 
응원은 사실이었다. 은혜가 은혜에게,


속을 갉아먹고 얻은 힘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다정한 말이 능사는 아니었다.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 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보경의 눈동자가 노을빛처럼 반짝거렸다. 반짝거리는 건 아름답다는 건데, 콜리 눈에 그 반짝거림은 슬픔에 가까워 보였다.
"행복이 만병통치약이거든."
"..."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생명은 저마다 삶의 시간이 다른 것 같아요."
"... 다르지. 달라."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을 뿐 모두가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맞나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게 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것이 없는 바퀴만 있으면 돼요.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다가 모든 연료를 다 소진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즐거울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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